중국에 있으면서 초기에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이 무엇일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왜? 도데체 왜? 왜???!!! 내가 말하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할까이다. 분명히 ‘바스巴士(bashi)’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인들을 접해보지 못한 모르는 사람이 이 단어를 알아 들을 확률은 0%에 가깝다.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느끼는 황당함이다.
당연히 내가 성조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해서,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쉽지 않은 shi 발음 때문일 것으로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모든 의문점이 해결되지는 못했다.
중국에는 4가지의 성조가 존재한다. 1성, 2성, 3성, 4성으로 발음기호는 같지만 높낮이, 시작음과 끝음의 높낮이 차, 발성의 길이 등으로 5(종성을 추가한다면)가지 정도 구분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6성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중국말이 갖는 특성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 여기서 부터는 여러 핑계로 자료를 충분히 찾아 보지 못해 개인의 의견과 생각을 쓰고 있으니 믿지 말고 그냥 재미로 읽어 주기를 바란다.
중국말은 상형문자인 한자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중국에서 한자를 컴퓨터에 입력을 하거나 핸드폰에서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것이 pinyin(한글로 따지면 두벌식, 세벌식 등 글자를 입력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중국말의 발음기호로 알파벳을 차용하고 있다. 컴퓨터 자판 갯수가 한정되니 문자를 갖지 못한 여러 국가들이 차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세종대왕이 얼마나 위대한가…
예를 들어 ‘ba’는 ‘바’로 발음을 한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영어를 알고 조금만 공부를 하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이 알아 듣지는 못할 것이다.
그 pinyin을 정리한 표를 보면 표현되는 발음의 총 갯수는 400개 남짓이다. 세종대왕의 의견으로는 한글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글로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400개 남짓한 소리가 있으니 일상 생활을 위한 다양한 사물/행동을 표현하기에도 너무 부족한 말소리 갯수이다. 따라서 차용한 것이 성조로 생각된다. 즉 ba라는 하나의 발음에 높낮이 등을 변경하여 4 ~ 5가지의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400개 남짓의 소리가 1600개 이상의 소리를 갖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하기에는 아직도 너무 부족한 갯수이지만 일상 생활을 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1600개도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
한자에 기반을 둔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각 지방에서 발음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말로 쓰면 사투리인 셈이다. 작은 산동성(山东省)내에서도 외국인인 내가 봐도 완전 다른 나라의 말처럼 들리는 사투리(방언)를 사용하는 지방이 수두룩하며 중국인들끼리도 표준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서로 의사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10년 이상을 중국에서 생활한 본인이 청도에서 35km 정도 떨어진 청양(한국인이 많은 동네이다)이라는 곳에 가서 나이가 50대 이상의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 사실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전 중국에서 같은 문자(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닌 획수를 줄이고 간단하고 빠르게 쓸 수 있는 간자)를 사용 하지만 그 한자의 발음기호가 다른 셈이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현재 중국에서 표준어로 사용하고 있는 동북지방의 언어(베이징을 수도로 마지막으로 전 중국을 통치한 청나라의 영향일 것이다, 그리고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가장 듣기에도 편안한 발음이다. 홍콩말은 아직도 듣기에 뭔가 익숙하지 않다)를 기준으로 pinyin을 만든 것이라, 예를 들어 상해와 같이 완전히 다른 발음을 가진 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이 글자 입력을 위해 pinyin을 쓴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아마 상해 사람들을 위한 입력 방식이 있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현대 표준어에서는 학습이라는 단어인 学习(pinyin : xuexi)라는 글자를 컴퓨터에 입력하기 위해서는 xuexi를 입력하고 창에 표시되는 学习글자를 선택한다. 결론은 발음기호인 pinyin을 입력한다는 것으로 한국말로 슈에시와 비슷하게 발음을 한다. 그기에다 성조를 더하고 열심히 연습을 한다면 아마 중국인들도 알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해의 토박이들은 아직도 xuexi로 발음하지 않을 수가 있다. 글자는 같지만 음을 pinyin으로 표시하면 서로 다르다.
간단하게 한국 사람으로 ‘학교’라는 단어를 경상도에서 ‘핵꾜’라고 말한다면 컴퓨터에 입력할 때도 ‘핵꾜’라고 쓰면 되지만 중국에서는 컴퓨터로 그 단어를 입력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본인을 가장 당황하게 만든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명제는 오래전부터 토론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황욱배원장 개인이 받아 들이는 의미는 무엇 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왜? ‘바스’를 알아 듣지 못 했을까?
한글은 소리글자라 뭔가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 소리 조합이 만들어낸 ‘한글’이라는 ‘글자’를 머리에 떠올린다. 중국인이 한국에 와서 ‘바스’를 1성과 3성으로 발음하던 모두 4성으로 하던 2성과 1성 조합으로 말하던 한국인의 머리속에는 비슷한 ‘바스’라를 글자를 떠 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대상을 떠올린다. 중국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버스’라고 알아 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중국인의 경우는 다르다.
만약 내가 바를 일성으로 발음했다면 pinyin ‘ba’와 일성이 가지는 한자를 먼저 떠 올린다. 네이버 한자에서 한자 입력하는 곳에 ‘ba’를 써보라, 수많은 한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스’도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면 중국인의 머리는 사고를 멈출 가능성이 높다. 수 많은 글자 조합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그 ‘바스(巴士)’를 빠른 시간내에 찾아 내야 하는 것이다. 한글은 성조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제외시키지만 중국인들은 성조라는 변수를 제외시킬 수 없는 것에서 오는 결과이다.
말과 글이 다름에서 오는 대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언어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접근하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사고 방식 자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시간이 된다면 언어가 사고를 지배함으로써 오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차이점들을 정리해 볼 계획이다.
중국에서 생활을 하며 새삼 한글의 소중함을 실감하고 있다. 외래어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는 분들도 적지 않지만 그 빠른 증가의 속도 또한 한글의 장점에 기인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한국인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남다른 적응력을 보이는 이유이다.
이 또한 다음에 시간을 내어 정리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경상도 토박이 누군가에게 황욱배원장이 ‘가가가가가가’라고 문자를 보낸다면 그 사람은 단번에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답은 ‘어어어’ 혹은 ‘어’ 일 것이다. 서울 사람이라면 뭔 말을 하고 있나라고 의아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성조를 이미 경상도에서는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성조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워졌다. 성조는 중국어 말하기를 배우기 위한 개념일 뿐 분리를 해서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닌 노래를 배우듯, 습관을 만들 듯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거울을 보며 그 동안 열심히 익힌 단어를 발음해 보시라. 아마 발음보다는 머리의 높낮이가 더 크게 달라지고 있는 자신이 그 속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