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국의 국방장관인 도날드 럼즈펠트가 이라크전에 대해서 한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실수를 우회적으로 인정한 말이었는데 그 중에 나온 말이 ‘unknown unknown’이었다. 이라크에 대해 모르는 점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말인데…참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더니 이런 식으로 실수를 얼버무리는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예전에 우리나라의 한 정치인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간다고 했다더니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이 얼버무리는 솜씨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외래에서 환자들의 갖가지 고민을 듣고 또 상담해 드리다 보면 위에 예를 든 ‘unknown unknown’ 이라는 말을 쓰고 싶은 경우가 자주 있다. 몇 날 며칠을 거울을 들여다 보고 고민해서 성형외과에 오기는 했는데 막상 어떻게 오셨나요 하고 물어보면 자신의 고민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냥 코가 커서, 눈이 맘에 들지 않아서요…하고 말끝을 흐리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뭔가 아쉽기는 한데 정작 구체적인 표현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오히려 자기가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이다. (^^;)
하루 종일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이런 저런 상상만 하는 거울공주보다는 자신이 닮았으면 하는 이미지의 사진을 가지고 오는 분이 상담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