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이 알아서 예쁘게 해 주세요’
자주 듣는 이야기지만 왠지 모르게 부담 스러운 말이다. 그리고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된 제일 무서운 요구 중 하나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정말 상담을 받고 있는분이 좋아하는 모양일까? 이분은 뭘 믿고 나에게 알아서 해 달라는 것일까?
몇 일전 상담을 받으러 오신분은 A4용지 한장 가득 궁금한 것들과 원하는 사항들을 적어 오셨었다. 그리고 수술을 위해서 수술대에 누워 수면마취로 잠이 들 때까지 지속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야기 하셨다. 상담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적어도 성형외과 500곳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500곳이라… 불가능한 숫자 일것 같지만 고객의 마음과 심리 상태의 표현이라고 받아 들였다. 그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표현 일 것이다.
이미 시술을 3번에 걸쳐 받았고, 받으면 받을 수록 원하는 모양과 멀어져가는 코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원하는 모양의 코는 시술받지 않고서는 가질 수 없는 코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재수술에 대한 부담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늘 상담을 하다보면 그리고 시술을 하다보면 그 부담감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잠깐 동안의 수면마취에서 깬 후 긴 수술시간동안 잠을 자지않고 시술이 마치기 만을 기다려서 직접 거울을 보고 확인한 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혹시나 시술을 하고 있는 내가 불편할 까봐 시술하는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으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는지를 어느 정도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다행이 이전 3번의 수술에서 비중격을 사용하지 않아 시술은 매우 만족스럽게 끝이 났고, 그녀의 오랜 고민도 함께 해결되었다. 원장님 저 100명 소개시켜 드릴꺼예요! 저 친구 많아요!^^
또 하나의 숙제를 만들곤 손을 흔들며 병원을 나서는 모습을 보니 11시가 넘었지만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