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enz ML350 구입에서 1년 3만km까지

중국에 있으면서 가장 한국이 부러운 때는 차량구입시다. 

한국과 비교하면 약간의 옵션들이 다를 수는 있으나 같은 등급의 차량가격이 거의 두배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래서 꼭 이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해야 하는가를 수도없이 반복하게 만든다. 한국을 떠나기 전 사용한 차량을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귀찮은 사항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만큼 또한 비용도 많이 든다. 

중국에서 차량구입, 운전면허증 취득과 관련된 사항은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다시 쓰기로 하고 우선 ML350에 대한 실생활에서의 사용기 중심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2013년 2월 ML350을 구입하기전 많은 고민을 했었다.

우선 모두들 그렇겠지만 차량구입의 목적이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짐을 충분히 싣을수 있는가였다. 그리고 온/오프로드를 모두 다닐 수 있고 장거리 여행을 별탈없이 마칠 수 있게해 주는 신뢰성과 내구성이 충분한 차량이었다. 물론 중국에서의 장거리 자동차여행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중국에서는 특이하게도 경유차량이 흔하지 않다 선택의 폭이 많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경유의 품질이 낮다는 인식들을 중국사람들은 가지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기전 우선 마음속으로 결정한 것은 포드사의 익스플로러였다. 크기도 충분하고 휘발유차량고 미국에서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지도도 꽤 높은 차량이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별다른 고민을 한 것이 없었다. 또한 중국에서는 포드사의 수리센터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중국에는 익스플로러 모델이 2013년도에는 정식으로 수입이 되지 않고 있었다.

ML350의 중국 구입가격은 기본모델이 900,000 ~ 1,000,000RMB 정도이다. 수입해서 판매하는 곳들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구입을 한 곳은 3종류의 차종이 있었고, ML320이 800,000RMB에서 조금 빠지는 금액으로 시작을 한다. 구입한 차량은 이곳에서 풀옵션으로 판매중인 차량으로 세금과 기타 보험료 등을 모두 합하면 1,130,000RMB였다. 한국에서 이 금액이면…

한국에서 몰아본 SUV는 주로 기아차량이었고 그것도 7 ~8년 전의 일이니 현재 한국 차량의 기술발전 수준을 감안하면 이전에 몰았던 한국차량과의 비교가 불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최근까지 사용한 차량은 BMW M5 E39모델이다.

외관상으로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한다. 중후함과 약간의 스포티함이 잘 조화를 이룬 디자인으로 차량크기는 크지만 그렇다고 둔해보이지는 않는다. 어딜가든 시선을 끄는 ML350이지만 풀옵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휠은 상대적으로 매우 작아 보인다. 그리고 AMG 마크가 붙어 있지만 디자인은 개인적인 취향과는 멀다. 작은 휠에도 불구하고 그 안쪽으로 보이는 브레이크 캘리퍼의 외소함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일부 시승기에서 잘 잡아 준다라는 평도 있고, 밀린다라는 평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쉽다’이다. 특히 반복되는 브레이킹에서 밀리는 느낌은 훨씬 뚜렷해진다.

내부는 풀옵션 모델이라 일부 가죽으로 마감한 부분도 있지만 시트나 기타 부분들이 그렇게 고급스럽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가죽자체의 품질이 그렇게 우수한 편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그냥 무난한 수준이라는 느낌. 중국에서 차 가격에 비하면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처음 차를 타 보는 사람들이 갖는 느낌은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하나하나 자세히 본다면 의견이 달라지겠지만…

핸들의 모양은 많은 의견들이 있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잡기 편하고 각각의 기능들이 잘 배열되어 있어 운전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른 곳으로 머리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또한 지금까지 사용해본 차량 중 가장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저속에서는 매우 가볍고 제법 큰 유격이 느껴지지만 고속으로 가면서 적당하게 무거워지고 유격도 많이 줄어든다. 차량의 덩치는 크지만 여성운전자들도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휘발유엔진이라 차량 시동을 걸었을 때 일반 세단과 크게 차이를 느낄수는 없다. 오히려 BMW M5 배기음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조용하다는 느낌이다. 엑셀을 밟으면 부드럽게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오른발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제법 빠르게 170km/h까지 꾸준하게 가속이 된다. 하지만 감동을 받을 정도는 물론 아니다. 편안한 가속은 변속기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엔진도 조용하게 RPM을 높이며 차를 밀어 붙힌다. 세단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다.

처음에 이 차량을 봤을 때 가장 어색한 부분은 기어스틱이었다. 메뉴얼을 주로 몰아서인지 핸들 뒷편에 위치한 조그만 ‘기아막대기’는 뭔가 어색하였다. 하지만 기어스틱을 옮김으로 컵홀더가 위치한 부분의 공간을 보다 폭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휠 뒷쪽에는 왜 이런게 이차에 있을까 싶은 패들시프트가 위치하고 있다.

사진에서처럼 오토매틱스틱이 있어야 할 곳에 멀티펑션 스위치들이 위치해 있다. 개인적으로 벤츠사의 멀티펑션휠은 느낌과 조작감 등에서 최고로 생각된다. 오른쪽 위쪽은 차고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휠과 아랫쪽에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트랙션 등을 간단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하는 조절휠이 있다.

우선 1년간 3만km를 운행해본 결과 연비는 13l/100km의 수준이다. 100km 주행에 13리터의 기름이 필요하다니 리터당 7.7km 수준이다. 요즘 나오는 차량들이 디젤에다 워낙 연비가 좋은 차량이 많아 3만km 중 약 2/3는 고속도로 정속주행임을 감안하면 연비가 아주 좋다고 할 수 있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덩치를 감안하면 나쁜편은 더욱 아니다. 도심에서는 평균 14 ~ 15l/100km를 유지한다. 중국의 교통량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어떤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에 훨씬 더 보수적으로 운전해야 한다. 따라서 도심에서의 운전은 한국보다 조금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고급휘발유가 리터당 8.2RMB정도로 환율이 173원 때 1,420원 정도이다.

ML350을 구입하기전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불만사항은 잔고장과 작은 턱을 넘을 때의 ‘통통’거림이었다. 구입한 차량은 에어 서스팬션이 장착되어 있어 차량의 높이를 조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운행상태인 오토모드에서의 기본 서스팬션 설정에서 느껴지는 작은 턱을 넘을때의 불편함은 많이 실망스럽다. 휠이 훨씬크고 서스팬션이 훨씬 단단하게 느껴지는 M5가 훨씬 낫다는 느낌이다. 뭐랄까… 조금 과장해서 싸구려 같다는 느낌.

일부 시승기에서 시승차량이 에어 서스팬션이 없어 그런것 같다라는 언급도 있지만 이보다 더 하다면 너무한 것이다. 하지막 속도를 조금 높여서 주행을 하면 그 느낌은 훨씬 나아진다. 주로 주행은 서스팬션 셋팅을 오토모드인 상태로 하는데 고속도로에서는 스포츠모드로 바꿔 차체를 약간 더 낮추기도 한다. 하지만 장시간 운전에서는 약간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고속도로 주행시에도 역시 오토모드를 사용하는데 추월에서 차의 롤링이 제법 느껴진다. 중대형 SUV가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가격과 브랜드를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고속도로에서 일정속도로 달릴경우 약간 진폭이 있는 규칙적인 롤링이 있어 민감한 사람은 장시간 운전 후 내려서 한동안 계속 차를 타고 달리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추월성능은 크게 아쉽지는 않지만 엑셀을 밟았을 때 허둥대는 미션을 가끔 느낄 수 있다. 만약 차량에 어울리지 않게 생뚱맞게 위치한 패들시프트가 없었다면 실사용에서 약간의 불안함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것 같다. 빠르게 속도를 높혀 차선을 바꿔 추월을 할 때 허둥대는 미션은 운전의 즐거움을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패들 시프트도 운전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차량이 적극적으로 변속하는 경우가 많지만 약간의 익숙함을 거치면 추월 등에서 꽤나 매끈하게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약간은 쌩뚱맞은 패들시프트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필수 항목이다. 가속은 도심에서 쓰기에는 충분하며, 고속도로에서도 170km까지는 쉽게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가속은 많이 무뎌진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RPM이 조금 높게 유지되며 제법 빠릿빠릿하게 반응한다. 물론 배기음도 박력있어진다. 차량의 높이는 최저로 낮아지면서 롤링도 많이 줄어들며 훨씬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서스팬션의 셋팅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짧은 댐핑거리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불편하게 딱딱해 진다는 느낌이 없는 M5와 최근에 중국에서 구입한 포르쉐 박스터와는 달리 단지 딱딱해지는 바꾸어 말하면 노면의 거친면을 오히려 증폭시켜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도로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 많은 중국에서는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일단 뒷자석을 접으면 꽤나 넓은 편평한 짐을 싣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사실 구입전 가격대가 비슷한 포르쉐 카이엔(중국에서는 기본모델이 920,000RMB 정도)과 비슷한 폭스바겐 투아렉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짐을 싣을 수 있다. 짐을 잔뜩 싣고 장거리 여행을 다니는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완전히 편평하게 한 뒤 잠을 잘 수도 있다. 물론 길이가 약간 짧아 다리를 쭉 뻗을 수는 없지만…

좌석은 장거리 운전에서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서 잘 조정이 되며 핸들의 텔레스코픽 기능도 꽤나 넓은 범위로 작동해서 어떠한 시트 포지션에서도 편안한 자세에서 운전할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뒷자석의 경우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름 고민을 한 접는 방식 때문인지 조금 불편하다. 장거리 여행을 뒷자석에 앉아서 가야 한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흔히 등장하는 잔고장 등은 2013년 모델에 접어들면서 많이 나아진 느낌이다. 사실 구입전 많이 걱정도 한 부분이지만 지금까지 에어서스팬션을 조정하는 곳에서 기름이 조금 샌 것을 제외하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른 브랜드의 차량을 고민하다 결국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의 전역에 있는 벤츠 보증수리센터이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장거리 여행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하루 1,000km를 넘어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ML350은 저질체력인 내가 큰 무리없이 1,000km를 넘길 수 있는 맷집을 준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포드 익스플로러 모델이 정식루트로 수입이 되었다면 아마 주저없이 그 모델을 구입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고민을 해 왔기도 하지만 가격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구입당시에는 익스플로러 모델은 수입되지 않고 있었다. 한국에서야 휘발유 대형차량이라는 부담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어차피 모두 휘발유 차량이니 고민할 것도 없다.

만약 다시 구입을 한다면? 물론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명확한 것은 차량의 기본 목적만을 고려한다면 벤츠라는 네임밸류 그 자체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차량가격이 2배이 듯 옵션도 한국에 비해 2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한다. 결국 다시 구입을 한다면 기본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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